본문 바로가기
Photo 사진이야기

사진이야기_팬포커스 롱샷 아웃오브포커스 블러

by 비엉 2016. 11. 29.

팬포커스의 공간적 깊이

 

 화면 소겡 있는 모든 대상물들이 근경에서 원경에 이르기까지 초점이 전부 맞아서 선명하게 묘사되는 기법을 팬 포커스라고 한다. 우리는 이와 같은 렌즈의 묘사력에 의해 공간의 깊이를 표현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심리적인 표현이 되거나 액츄얼한 대상의 발견과 연결되는 곳에 팬 포커스의 미학적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라서 팬 포커스는 선명한 질감묘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나 따로 떼어서 고찰하는 것이 올바로 이해하는데 나을 것 같다.

 

 팬 포커스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한 눈을 감고 대상을 바라보는 시야와 같은 것이다. 즉 두 눈으로 ㅅ ㅏ물을 보면 어떤 특정한 부분밖에는 초점이 맞지 않고, 그 밖의 것은 아웃포커스가 돼버린다. 그러나 한쪽 눈을 감고 보면 원경이나 근경이 똑같은 선예도로 눈에 들어온다. 이것이 바로 팬 포커스의 공간적 심도이며, 이러한 특징의 시각효과를 이용하는데에 이 기법 특유의 가치가 있다. 이러한 팬 포커스의 공간적 심도는 다른 조형표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카메라만의 독특한 시각능력이다. 그러므로 이 기법의 영상표현에 있어서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팬 포커스는 원경이든 근경이든 모드 극히 선명하게 찍히기 때문에 냉혹한 느낌을 주는 시각적 특징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하면 팬 포커스는 정서나 무드를 없애 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정신적인 것이 찬미되던 살롱사진 시대에는 되도록이면 렌즈의 조리개를 바짝 조여서 쓰기를 기피했다. 언제나 핵심적인 피사체에만 초점을 맞추고 그 앞뒤의 것은 아웃포커스 시켜 분위기를 내는 일에 전념했다.

 또한 팬 포커스는 전체를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하므로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사실마저도 매우 날카롭게 통찰하고, 나아서는 현상의 본질적인 것까지도 파헤쳐 내는 능력이 있다. 일체의 타협을 용납치 않는 시각이며, 객관적인 사실 자체를 중시하는 시각이며, 어느 것 하나도 빠짐없이 현실을 응시하는 냉엄한 시각이므로 철두철미하게 대상을 관찰하는 리얼리즘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다.

 또한 팬포커스는 앞에서 말한대로 대상의 앞과 뒤까지 초점이 맞기 때문에 육안으로는 분간할 수 없는 디테일이나 미묘한 변화까지도 확실하게 인식한다. 이것은 표현상 일종의 우연성의 개입인데 이것은 팬 포커스가 지닌 커다란 이점이기도 하다. 팬포커스가 사람의 의식권 밖에 있는 사실들까지도 충실하게 찍어낸다는 이 특징은 그러한 우연적인 요소와 연관을 맺음으로써 필연적인 의미로까지 발전해 나아가, 마침내는 중후한 존재감과 근원적인 본질까지 파악하는 수가 많다. 그런 뜻에서 인간의 육안적 사고능력보다 훨씬 날카로운 객관성을 갖고있는 점이 팬 포커스라는 기법의 시각적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요는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크게 좌우된다.

 요컨대 팬 포커스의 지각능력이란 일체의 애매모호한 인식을 거부하고 객관적인 실체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려는 리얼리즘 기법인데, 이것이야말로 이 기법이 지닌 가장 두드러진 미학상의 특징이다. 그러나 기술적으로는 그 성격을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지만, 미학적 가의 평가와 표현의 실제적 역할 에 있어서는 대단히 델리케이트한 의미를 함유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기법과 리얼리즘의 접점에 대해서는 아직도 미지수의 과제가 남아있다.

 미국의 안셀 아담스(Ansel Adams)라는 위대한 사진가는 일찌기 에드워드 웨스턴, 이모젠 커닝험 등과 함께 'F.64 Group'을 1930년에 결성하여, 회화주의적 사진에 반대하고 근대사진의 확립에 공헌하였다. 그의 사진은 묘사의 정밀성에 의한 질감표현과 사진만이 갖는 계조의 미적효과를 중시하였다. 그는 자연의 경관을 표현함에 있어 디테일의 털끝만한 손실마저 허용치 않는 엄격한 태도로 언제나 팬 포커스의 기법을 구사하였다. 팬포커스에 의한 자연의 세밀한 부분에 이르기까지의 극명한 묘사는 그의 철학적 자연관에서 우러나온 것으로서, 예리하고 리얼하게 대상을 파악하여 엄숙한 자연의 생명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살롱사진가들의 풍경표현에서 볼 수 있는 달콤하고 정서에 빠져버린 낡은 꺼풀들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는 '사진의 중요한 성질은 형태에 나타난 표면의 디테일과, 깊은 심도에 의해 표현되는 재질감으로 형성된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러한 그의 사진미학이 팬포커스를 필요로 한 것이다.

 

롱샷(long shot)의 외향성

 

 사진이 단순한 현실의 복사가 아님을 가장 여실하게 증명하는 테크닉은 촬영위치의 이동인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촬영위치의 다양한 이동으로 공간적 관계가 변화될 뿐만 아니라, 이것은 사진가와 상황과의 관계를 암시하는 수단이다. 이런 사실은 분명히 카메라가 주관적임을 뜻하며, 이로 인하여 자기 주장을 나타낼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촬영위치의 이동에서 생기는 렌즈효과에 대해서는 이미 카메라 앵글이나 클로즈업에서 언급했지만, 롱샷(long shot)이라는 대상물에서 멀리 떨어져 넓은 광경을 화면에 담는 시각표현도 또한 이러한 렌즈 효과의 하나이다. 그런데 이 롱샷의 시각표현이 갖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서사적 성격이 매우 강하다는 점이다. 이 렌즈의 표현에 의한 공간적인 확대는 중심되는 대상물뿐만 아니라 그 밖의 부차적 요소까지도 모두 다 폭넓게 포괄한다. 그러기 때문에 한 화면 속에 갖가지 요소들이 서로 엉켜 사실을 보다 더 상세하게 설명하므로 서사적인 성격이 있다. 그리하여 클로즈업의 내향성과는 정반대로 외향적인 특색을 롱샷은 지니고 있다. 즉 대상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내면적인 현실을 표출하기보다는 대상으로부터 뒤로 물러서서 아주 객관적으로 상황을 설명하는데에 표현으로서의 두드러진 특성이 있다. 그렇다면 객관적이고 설명적인 롱샷은 카메라의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겠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서사적인 표현은 사진가가 의식적으로 캐머러의 위치를 선택한 결과이며, 그렇지 않다면 이러한 서사성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서 화면의 객과넛ㅇ이란 결코 사진가의 주관적인 의식의 반영이며, 결코 준객관적일 수가 없는 것이다.

 한 마디로 롱샷은 설명적인 시각효과를 화면에 전개하는 수법이다. 넓은 시야를 포괄하는 프레이밍은 어떤 인물과 광경 내지는 다른 대상과의 새로운 공간관게, 혹은 한 화면에 동시에 등장하는 인물 사이의 교류작용이란 폭넓은 공간관계를 빚는다. 그러기 때문에 롱샷의 서사적인 표현의 성격은 뜻하지 않은 스토리성을 파생시켜 극적인 내용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그리하여 때로는 롱샷의 테크닉이 씨리즈 사진에서 이야기를 도입하는 중심요소가 되어 큰 몫을 하는 수가 있다. 즉 클로즈업처럼 내적 긴장감을 조성하는 수단이라기보다는 외적인 상황관계를나타내는데 효과가 있는 시각적 수법이다.

 그러나 롱샷이란 이러한 사실성을 주요한 특징으로 하는 반면, 한편으로는 비사실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기능도 아울러 갖고있다. 즉 사용방법에 따라서는 자연스런 퍼스펙티브를 외면하고 대상의 사실성을 부정하여, 매우 추상화된 표현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특히 롱샷이 망원렌즈와 결합하고 다시 여기에 카메라 앵글이 적극적으로 가세하면, 이와같은 롱샷의 일면만이 강조되어 비사실적인 효과를 한층 깊게 할 수 있다.

 어떻든 간에 롱샷 수법은 서사적 성격으로 해서 다큐멘타리 사진가들에게 강력한 표현수단으로 상용되고 있으며, 한편 심미적인 사진가들도 훌륭한 조형적 효과의 수단으로 자주 애용하는 수법이다.    

 

 

촛점흐림(out of focus)과 흔들림(blur)의 효과

 

카메라의 한 가지 특징은 대상이 아무리 심하게 움직이더라도 이것을 순간적으로 정확하고 뚜렷하게 포착하는 점이다. 오늘날 순간동장의 재현능력은 몇만 분의 1초라는 눈으로 파악할 수 없는 놀라운 찰나까지 기록할 수 있게 되어, 그야말로 문자 그대로 순간성의 정착이 정밀하고 확실한 방법으로 가능하게 되었다. 어떤 대상이라도 아주 샤프하게 묘사되며 어떠한 동작도 정확하게 고정할 수 있게끔 렌즈는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서 발달하여, 바로 이것이 카메라의 특성으로 내세워지게 되었다. 그런데 카메라가 이러한 특징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는 반대되는 방법의 추구가 왕왕 정밀한 묘사력이나 빠른 속도의 고정화라는 기능에 기묘한 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즉 조리개의 조임을 풀고 핀트의 초점을 빗나가게 함으로써 선명한 묘사성이 상실된다. 마치 핀트를 맞추지 않은 일안레프의 파인더를 통해서 대상을 들여다봤을 때와 같이 촛점이 흐려져 흐릿하게 묘사하는 현상이 생긴다.

 한편 오늘날 발달된 카메라는 사람의 눈이 미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심하게 움직이는 대상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지만, 대상물의 빠른 속도에 맞추어 셔터스피드를 끊지 않고 반대로 아주 느린 셔터 속도로 빠른 동작을 포착하면 대상이 흔들리게 찍힌다. 또한 이와 같은 슬로우 셔터로 대상의 속도와 일치하게 같은 방향으로 유동촬영을 하면 움직이는 대상은 정확하게 포착되고, 정지된 배경은 유동되어 정밀하고 또렷하게 찍히는 것 못지 않은 효과가 생긴다. 동작의 고정과는 정반대로 흔들림의 표현효과가 이 경우에는 잘 들어맞는다.

 이러한 초점흐림(out of focus)과 흔들림(blur)이라는 현상은 사진 본래의 목적인, 순간적으로 확실하고 정밀하게 대상물을 포착한다는 기록성에서 벗어난 것인지도 모른다. 흔히 초보자들의 사진을 평할 때 초점흐림이나 흔들림을 기술의 미숙에서 오는 현상으로 지적한다. 따라서 원칙은 언제나 초점이 벗어나거나 흔들리지 않도록 유의하여 확실하고 정밀하게 대상물의 고정화를 꾀하여야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사진 본래의 제 기능이 발휘된다. 그러나 표현이라는 측면에서 카메라의 수단을 생각할 때 이러한 원칙을 고수하기는 하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서는 안된다. 초점흐림이나 흔들림 등은 통념상으로는 렌즈의 결점이지만, 이것도 그 나름대로의 중요한 표현으로 크게 이용가치가 있는 것이다. 초점 흐림이나 흔들림에서 생기는 시각적 효과나 심리적 표현성은 카메라라는 메카니즘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시각언어이므로, 이것은 미학적으로 볼 때 사진의 독특한 표현수단의 하나로 크게 내세울 만한 기법이다.

 예를 들어 대상물에 따라붙은 군더더기를 떨쳐 버리고 화면에 새로운 질서를 끄집어내거나 또는 배경을 생략하여 주제를 부각시키는 데에도 초점흐림의 효과를 구사하는 일이 많다. 주제의 요점을 강조하여 그 인상을 한층 더 뚜렷하게 할 때도 초점흐름에 의한 대조적인 묘사성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또한 이러한 시각효과와는 달리 초점흐림 그 자체의 부드럽고도 감각적인 묘사성을 빌어 어떤 무드를 깔거나 심리적인 표현을 시도하는 수가 많다. 즉 초점에서 벗어나는 현상을 역으로 이용하는 기법은 이와 같은 갖가지 효과와 다양한 표현력을 기대하게 한다.

 한편 대상의 움직임을 고정시키지 않고 일부러 흔들리게 하는 기법도 여러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 특히 스피드감의 표현 등은 이러한 테크닉을 구사함으로 놀라운 효과를 거둘 수 가 있다. 동감잉나 시간성의 표현에 있어서도 흔들림이나 화면의 유동을 이용하는 수가 있으며, 인물의 감정표현을 강조하는 데도 이 기법은 큰 역할을 할 때가 있다. 그리고 환상적인 분위기 묘사나 패턴적인 효과 또는 추상적인 표현에 있어서도 이 기법은 대단히 긴요한 작용을 한다. 이러한 표현효과는 전자의 초점흐름을 가지고도 얻을 수 있음을 말해두고싶다.

 이와 같이 사진은 '텍스쳐의 묘사'나 '렌즈의 시각력'의 항에서 말한 것과는 전혀 딴판인 초점흐림이나 흔들림을 통해서 사진의 표현영역을 확대해 나갈 수 있으며, 또한 사진미학의 새로운 특질을 발견할 수도 있다.

 사진의 표현은 반드시 대상물을 선명하게 묘사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이를 타고 넘어서서 대상물을 일부러 흔들리게 하여, 그 흔들림의 정도에 따라 생기는 독특한 묘사성에 의탁하는 것이 훨씬 더 자기의 이미지에 충실하고 바람직한 수확을 거두는 수가 많다. 또한 이와 같은 반사진적인 방법을 취함으로써 새로운 시각형식이 개척되어 사진표현의 확대가 기대되는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