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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사진이야기

사진의 표현기법 클로즈업

by 비엉 2016. 11. 25.

클로즈업의 수법도 카메라 앵글에 못지 않게 현실을 창조적으로 형상화하는 기법이라 할 수 있다. 즉 육안의 법칙에 사로잡히지 않고 대상과의 정상적인 거리 관념을 과감히 깨는 일종의 창조적 수단이다. 더구나 클로즈업이라는 기법은 다른 것보다도 특히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는 사진만의 독자적인 시각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카메라가 인물에 극단적으로 접근해 들어가 얼굴을 클로즈업했을 때의 정밀한 표정 묘사에서, 우리는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공간적 의미와 사뭇 다른 것을 발견하게 된다. 즉 클로즈업에서 일반적 의미의 공간성은 모조리 없어지고 그 대신 내면적 현실이라든가 감정같은 것이 우러나온다. 

 

다시말해서 육안으로는 관찰할 수 없는 불가시의 세계가 등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클로즈업의 특징을 미학적으로 곰곰히 생각해보면, 클로즈업이 지니고있는 표현 능력이 아직도 충분히 개발되지 않은 채로 있다. 여기에는 창조적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게 잠재하여 있으므로 앞으로 사진가의 발굴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클로즈업의 기법이 사진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것은 1930년 전후의 일로 영화에서 먼저 개발되었다. 그리피드가 1915년의 '국민의 창조'와 1916년의 'intolerance'에서 이미 클로즈업의 기법을 적용하였다. 사진에서는 1930년경 겨우 회화의 사슬에서 벗어나, 실재감의 파악과 박진감이 있는 대상의 묘사 그리고 자연의 즉물적 표현을 위하여, 클로즈업이 갖고있는 사진의 독자적 시각표현의 가능성을 자각하고 이에 기대를 걸게되었다. 클로즈업이야말로 사진의 회화에 대한 최초의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도전에 있어서 포트레이트의 세계를 클로즈업의 수법으로 밀고 나아가 창조성을 가장 잘 입증한 것이 독일의 사진가 헬마 레르스키의 사진집 '일상의 얼굴'(1931)이었다. 사진집 '일상의 얼굴'은 주로 공장 노동자들을 모델로 한 것으로 모든 사진이 얼굴만을 클로즈업하여 주름살이나 머리칼 하나까지도 선명하게 묘사한 인물사진이다. 당시로서는 이러한 시도가 충격적인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때까지의 포트레이트는 피사체인 사람과 카메라를 일정한 거리에 두고 찍는 것이 상식이었다. 즉 카메라는 모델을 향해서 언제나 가슴과 머리사이에서 평행을 유지한채 칠분신이든가 전신의 구도로, 육안적 시각에 충실한 표현을 해왔기 때문이어싿. 따라서 레르스키와 같이 자유롭게 앵글을 구사하여 얼굴만을 근접으로 크고 정밀하게 찍는다는 것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이러한 대담한 수법은 지금까지의 공간적 관념을 벗어난 내면성의 표현으로, 얼굴의 물질적인 현실성을 넘어서 정신적인 세계에 잠재하고 있는 미묘한 감정마저 낱낱이 놓치지 않고 기록했다. 이렇게 레르스키가 보여준 클로즈업의 위력은 비범한 표현력으로 주목되었다. 


사람의 눈이 미치지 않는 내면세계까지도 깊숙히 표출하는 클로즈업 수법을 보다 더 탁월하게 구사하여 자아의 개성적인 주장을 강렬하게 추구한 것은 에드워드 웨스턴(Edward Weston)이었다. 

 이 위대한 미국의 사진가는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살아 생전의 30년대에 많은 걸작 사진을 찍었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인정받은 사진들은 거의 전부가 클로즈업 수법에 의한 것이었다. 예를 들어 '서양고추'를 비롯한 많은 야채류를 클로즈업한 사진에 걸작이 많다. 에드워드 웨스턴은 왜 이렇게까지 클로즈업에 집착하여, 표현을 했을까? 그 까닭은 아마도 사물의 형태를 응시하여, 그 오브제 속에 숨겨진 불가사의한 생명력을 꿰뚫어 그 사물의 본질과 정수를 직관한 형태의 파악을 꾀하였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그의 철학적인 사색과 구상이 클로즈업이라는 수법을 필요로 하게 했다. 왜냐하면 처음에도 말한대로 클로즈업 수법은 내면적인 묘사력이 있어 그의 기대에 보답하는 표현을 해주기 때문이었다. 즉 클로즈업은 사물의 질감이나 형태 및 디테일 등을 확대함으로써 가시적인 물질의 표정에서 불가시의 내면적인 세계의 드마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웨스턴이 이수법을 즐겨 사용한 것이다. 그래서 웨스턴의 클로즈업에 의한 사진들은 일상적인 의미를 벗어난 신비한 표현들이다. 일상적인 대상에서 일상성을 벗기고, 클로즈업된 형태감과 정밀한 질감을 통해 사물의 진수만이 살아나는 내면적인 생명력을 끄집어 냈다. 


 이와 같이 웨스턴은 클로즈업의 내면적 묘사성을 아주 개성적으로 추구한 작가이다. 그래서 이 사진가만큼 클로즈업의 훌륭한 작품을 발표한 작가는 크로즈업의 표현이 매우 개발된 오늘날에도 매우 드물다. 

 

 요즘의 젊은 작가들도 클로즈업 수법을 많이 다룬다. 그러나 종전과는 달리 광각 렌즈를 도입해 퍼스펙티브 효과와 융합된 클로즈업의 표현을 새롭게 추구하고있다. 젊은 작가들이 클로즈업을 많이 쓰는 경향은 표현에 있어서 설명성을 배제하고, 영상 특유의 자극적인 시각효과로 테마의 내용을 스트레이트하게 전달하려는 방법의식에서 온 것이다. 이는 젊은 사진가들의 표현이 주관적이며 새로운 액츄얼리티를 추구하는데도 관계가 있다. 왜냐하면 육안의 방식에서 벗어난 클로즈업의 시각성은 이러한 기대에 크게 보답해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클로즈업 기법은 대상에 따라서 뜻하지 않은 추상형태마저 이끌어 낸다. 예를 들어 어떤 물체의 부분을 확대해 보면 마치 현미경 사진과도 같이 미지적 세계를 표출하여 기이한 패턴을 보여준다. 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우발적인 요소마저 화면에 끌어넣어 생각밖의 재미있는 표현효과를 내기도 한다. 


 그래서 클로즈업은 누드의 표현에 자주 쓰이기도 한다. 왜냐면 나체란 매우 특수한 소재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외설적인 결과에 떨어질 위험이 많다. 특히 전신을 다루는 경우 더욱 더 이러한 위험성이 많다. 그래서 나체의 부분을 클로즈업 수법으로 처리하는 수가 많다. 클로즈업을 하면 외설적인 현실감은 사라지고 오히려 오브제로 추상화된 양감의 매력만이 보인다. 이러한 효과를 더하기 위해서 입자를 거칠게하면(지금은 노이즈를 추가하면 될 듯 싶다) 박력있는 효과가 나타난다.


 지금까지의 실례에서 알 수 있듯이 클로즈업이 갖고있는 창조성은 실로 크다. 그것은 잠재의식의 세계마저도 표현해낼 수 있는 미묘한 특성을 지니고 있어 대단히 효과높은 표현수단인 것이다. 그러나 반면에 형식적인 기법에만 치우칠 위험성이 많으므로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평소에 보던 피사체도 가까이 들어가면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촬영할 때 모든걸 다 담아야한다는 생각을 버려야한다. 우리는 사진을 배우고 찍으면서 더 고정관념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이점을 정말 경계해야한다. 클로즈업 기법으로 새로운 발견들을 해낼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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